“농지는 도시민이 매입하고 농민은 소작농으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농업이야말로 우리의 미래를 여는 일입니다.”
사회적기업 (주)원주생명농업 박영학 대표는 사회적농업의 의의에 대해 묻자 이렇게 이야기했다. 97년 유기농 벼단지 조성해 당시 생협수도권연합에 공급하고, 2009년에는 원주 지역순환 농업을 선포하는 등 생명농업을 앞장섰던 곳에서 ‘사회적 농업’이 시작됐다. 원주생명농업은 올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사회적 농업 시행기관으로 선정된 열두 곳 중 한 곳이다.
원주생명농업은 지난 16일 참여자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사업에 돌입했다. 앞으로 5년 동안 국비와 시비 7대 3의 비율로, 매년 6천만 원 사업비가 투자된다. 이후에는 사회적 농업 영농지원센터와 농촌형 커뮤니티 케어센터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는 참여자 필요와 수준에 맞는 농업 관련 일자리와 일거리도 제공할 계획이다.
노윤배 원주생명농업 상무는 “사회적 농업을 기반으로 농촌을 재생한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며 “친환경 농업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왔지만 고령화와 농촌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사회적 농업을 통해 농촌으로 사람을 모으고 함께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면, 농업·농촌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고령자 등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20명의 참여자들이 함께 협업농장을 운영한다. 감자, 땅콩, 잎들깨, 옥수수, 김장채소인 배추와 무 등 농작물을 키우며 영농실습과 기술 훈련을 진행한다. 국내외 사회적 농업 선진 사례도 경험한다. 생산한 농작물은 지역 친환경 로컬푸드 매장과 농산물 장터 납품, (주)원주생명농업 반찬공장 가공품과 연계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에 협력기관으로 참여하는 원주지역 8개 사회적 경제 관련 조직은 참여자에 대한 각종 돌봄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성공회 원주 나눔의 집(대표 이쁜이)과 원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박준영)에서는 건강관리와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갈거리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곽병은)에서는 희망자를 대상으로 가계 재무관리와 채무 해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비 사회적 기업인 플라워럼프는 원예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사회적협동조합 원주협동사회경제네트워크(이사장 우순자)에서는 국외 사회적 농업 선진사례 연수를, 원주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사장 우순자)은 농산물 판매를 담당한다. 어르신 일자리 창출 목적으로 2006년 우리나라 최초로 설립된 원주노인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사장 박노광)에서는 참여자 발굴과 프로그램 참여 관리를 담당한다. 컨설팅 업체인 (주)지인누리(대표 최은아)는 지역 농촌 조사 사업과 사회적 농업 환경 기반 구축 활동 등을 펼친다.
이에 대해 사회적 농업 거점농장을 운영하는 농업회사법인 청년마을(주) 한석주 대표는 “원주는 협동조합 등 여러 사회적 경제 조직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촘촘한 네트워크가 있어 사회적 농업 활성화에 좋은 여건을 갖고 있는 지역”이라고 평가했다. 경상현 원주시농업기술센터장도 “원주생명농업의 이번 사업이 대표적인 사회적 농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참여자 이영채(64·여) 씨는 “경제적 이익보다 외롭고 힘든 노인 생활에서 벗어나 함께 어울릴 수 있어 좋다”며 “홀로 고립되지 않고 공동체 안에서 서로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참여자 김지근(73·남) 씨는 “살다가 장애를 얻어 일자리 구하기가 너무 힘들었는데, 사회적 농업을 접하고 갈 길을 찾은 것 같아 기쁘다”라고 밝혔다.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여건에 있는 이들에게 일자리와 돌봄·교육 서비스 제공을 위해 농업자원을 활용하는 사회적 농업. 친환경 농업도 피해갈 수 없는 고령화 등의 문제를 극복하고, 참여자의 삶과 농업·농촌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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