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투데이/0412] 협동조합에서 인간 중심의 '돈'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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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작성일21-04-13 13:28 조회1,927회 댓글0건요약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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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에서 인간 중심의 '돈'이란?
갈거리사협은 노숙인들의 자활과 자립을 위해 그분들의 현금 및 통장관리를 해주면서 시작되었다. 한 명 두 명씩 돈을 맡기기 시작하면서, 차츰 신뢰가 형성되고 백 원, 천원, 만원의 푼돈이 모이고 이 푼돈이 목돈이 됐다. 또한 작은 달방이라도 얻어 독립하려는 이들이 보증금이 부족하면 동료들이 모은 목돈에서 대출해주기 시작했다.
여기서 핵심은 대출이라는 것이다. 그냥, 준 것이 아니다. 대출은 다시 갚을 것을 약속하는 사회적 행위이다. 지금에야 갈거리사협이라는 법인격을 갖추고 소액대출을 출자금 2/3범 위 내에서 하지만, 초기에는 그냥 임의 단체로 협동조합이라는 명칭만 빌려서 대출했기에 아무 구속력도 갖지 않은 상태였다. 즉, 대출을 받은 사람이 안 갚아도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동료에 대한, 그리고 갈거리협동조합에 대한 신뢰가 깨지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이들이 대출금액을 꼬박꼬박 갚았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대출 상환이 98%에 달했다. 그 이후에도 90% 정도 유지되다가 지금은 80% 정도라고 한다. 은행처럼 담보도 요구하지 않고, 신용등급도 따지지 않고, 무보증으로 대출해 줬는데, 그들은 왜? 대출금을 약속대로 상환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동료에 대한 신뢰, 인간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내가 지금은 노숙인이고 어렵게 사는 형편이지만, 나를 믿어 준 것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돈을 믿은 것이 아니고, 사람을 믿는 행위 이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협동조합의 본질이다.
우리나라의 협동조합 역사는 정부 중심으로 기형적으로 발달하였고, 지난 2000년 이후의 사회적경제 발달도 정부의 일자리 창출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된 이후 많은 협동조합이 설립되었지만, 이 또한 정부 중심과 중간지원조직기관의 육성정책 중심이다. 즉 앞에서의 갈거리사협의 경우와 비교하자면, 인간 중심이 필요와 욕구를 조직하는 것이 아니라, 목적이 다른 데에 있다는 것이다.
원주의 협동조합 운동도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진지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 방향과 원칙이 올바른지 다시 검토할 시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갈거리사협의 소액대출 3억, 출자금 3억 달성은 협동조합의 방향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인간 중심의 협동조합은 '돈'을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해야 한다.
돈을 조성하고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이며, 그 돈이 누구를 윤택하게 하고 있으며 그 결과가 그 조합의 조합원과 그 지역의 공동체를 위해 사용되는지 살펴야 한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지난 20년 이상 우리 사회는 급속히 돈과 시장 논리로만 그 가치가 편향되었다.
돈이 도덕 기준이 되었고, 돈이 미덕이 되었다. 그 돈을 위하여 대학 교육은 더 공고하게 부자들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심지어, 돈이 능력이 되었고 그 능력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업신여기게 되었다. 이런 세상 속에서 갈거리사협은 돈의 가치를 지난 18년 동안 다르게 인식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돈만이 세상의 기준이라는 것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돈을 바라보고 돈을 인식하는 것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협동조합은 그 돈의 가치를 분명히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 협동조합은 경제 사업체이다. 고상한 관념으로 노숙인 또는 사회적 약자를 훈계하거나 협동조합의 당위성만을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돈의 조성과 돈의 매출과 돈의 비용과 돈의 이익과 돈의 가치를 인간을 중심에 놓고 새롭게 조직해야 한다. 갈거리사협의 3억이 30억이 된다면, 그 돈은 원주 협동조합 운동에 엄청난 파급력을 안겨 줄 것이고, 그 돈은 새로운 협동조합 세상에 대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날을 위해 우리는 개문유하(開門流下)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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