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인/0714] 연구소를 뛰쳐나온 실험실이 어떻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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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작성일20-07-16 09:24 조회1,813회 댓글0건요약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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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를 뛰쳐나온 실험실이 어떻다고?
'사회적 경제와 리빙랩 - 지역사회 활력의 충전소' 세미나 참여 후기
7일 오후 2시, 상지대학교 대학원관 2층에 자리잡은 강원 소셜 캠퍼스 온 이벤트 홀에서 '사회적경제와 리빙랩 - 지역사회 활력의 충전소' 세미나가 열렸다. '사회적경제와 리빙랩' 세미나의 사회를 맡은 김형미 교수(상지대학교 사회적경제학과)는 "세미나가 열리는 오늘은 양력으로 7월 7일이기는 하지만, 견우와 직녀가 1년에 한 번 만나는 날"이라는 말로 운을 떼었다. 생각해보니 누구 하나 쉽게 만나기 힘든 코로나 시대에 협동조합의 메카인 원주에서 사회적경제의 새로운 트렌드인 리빙랩에 관련한 세미나를 만난다는 것이 대단한 인연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미나는 평생교육융합대학 최돈민 학장과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이강익 센터장의 개회사를 필두로 시작됐다. 춘천의 리빙랩 사례를 들려준 최 학장의 개회사에 리빙랩에 대해 새삼 호기심이 생겼다. 원주와 원주 인근에서 사회적 경제에 대해 고민하는 30인가량의 세미나 참여자들과 함께 약 3시간 동안 흥미로운 주제로 함께 여행을 떠나보았다.
▲ 성지은 박사가 '지역사회 재활성화 전략으로서의 리빙랩' 발제를 진행하고 있다.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 지역사회 재활성화 전략으로서의 리빙랩, 수요자의 결핍에서 온다.
리빙랩(Living lab)은 닫힌 연구실에서 벗어나 생활의 저변, 이곳저곳에서 삶터-일터-놀터의 결합하는 실험이 이루어지는 곳으로, 즉, '일상생활 실험실', '살아있는 실험실', '우리마을 실험실' 등의 사용자들이 연구혁신의 객체가 아니라 주체로 참여하는 사용자 참여의 혁신공간이 리빙랩이다.
강원도와 원주의 잠재력을 믿고 있다는 한국리빙랩네트워크 PD인 성지은 박사는 리빙랩에 대한 키워드를 '결핍의 미학'이라 정의했다. 리빙랩은 20대 암 환자 본인이 직접 여행을 계획하는 것, 유방암 환자의 주의사항을 담은 팔찌를 패션아이템으로 꾸미는 작업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처럼 리빙랩은 실제 수요자의 결핍(니즈, 요구)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성 박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리빙랩을 소개했다. 그중 인상적이었던 사례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시민 연구사업 사례로, 야간 작업자의 사고 예방을 위한 자가 발전기술을 기반한 융합형 안전장비 제작 및 실증에 관한 연구였다. 야간 작업자가 입는 조끼의 어깨 부분에 자가발전 야광키트를 넣는 방법을 발명하였으나 실제로 작업자들에게 작업의 불편함, 냄새로 인한 세탁의 불편함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리빙랩의 의의는 개발된 기초/원천기술을 기반으로 최종 사용자의 수요영역을 탐색 및 검증하여 사업화를 진행하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지역에너지 실험과 전환을 위한 성대골의 리빙랩을 알아보았다. 성대골 리빙랩은 태양열 온풍기, 화목난로를 비롯하여 경로당 건물에너지효율화사업(BRP), 태양광 처마, 태양열 오븐과 같은 실험을 진행하고 국내와 외국의 선진사례를 견학하는 등 지식교류가 이루어진 후에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까지 바꾸게 한 놀라운 케이스였다. 주목할 점은 변화된 주민들의 의식이다. 마을이 달라지기 시작하자 성대골 주민들은 능동적으로 변했다. 직접 DIY 키트를 개발하거나 이 제품의 개선점을 도출하고 주변의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한 연극 활동이나 홍보리플렛을 제작하기도 했다. 또한, 지역의 동작신협과 제휴하여 초기설치비용을 지원받는 금융 '우리집 솔라론'이 추진되기도 했었다.
▲ 2013년 성대골 주민들이 판매한 햇빛발전협동조합 홍보물. 홍보물 하단에 "작지만 작지 않습니다 이크기의 솔라셀이 만원, 하지만 제 수명동안 생산하는 전기량은 만원이 훨씬 넘는 착한 투자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세 번째는 기존의 연구자 파트와 생산자파트, 소비자파트를 연결한 대표적인 사례로 고령 친화 산업을 위한 성남고령친화종합체험관의 '한국시니어리빙랩' 사례이다. '한국시니어리빙랩'은 시니어 제품의 실수요자들이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이를 고령화 친화 제품개발에 반영하는 순환구조로 되어 있다. 특히, 한국시니어리빙랩에서 개발한 '자동 기립형 비데'는 승 하강 리프트 기능이 있어 볼일을 마치고 나면 비데 안쪽이 위로 올라가게끔 되어 있다. 이는 근력이 부족한 고령층의 니즈를 반영한 대표적인 리빙랩 제품이다.
성 박사는 "원주는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들이 오랫동안 뿌리내려온 지역인데 리빙랩의 필요성을 아직 느끼지 못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현재를 넘어 미래로 나아가는데 "연구개발(R&D)과 사회적경제의 만남이 자주 있어야 할 것이다"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성 박사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그리고 사회적경제와 시민 등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던 혁신이 각자의 영역에만 머무는 차원을 벗어나 서로 만남의 장이 형성되면 '리빙랩'이 시작될 것이라 말했다. 또한, 최근 지자체에서 많이들 추진 중인 도시재생프로젝트도 건물 하나 올리는 것에 그치는 게 아니라 도시 전체가 실험실이 되어서 총체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빙랩에 대한 에너지가 충만했고 다양한 형태의 리빙랩을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송위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이 ‘사회적 도전과제 대응과 혁신정책의 전환’ 발제를 진행 중이다. ⓒ황정환
■ 사회적 도전과제 대응과 혁신정책의 전환
'사회적 도전과제 대응과 혁신정책의 전환' 발제를 맡은 송위진 위원은 "리빙랩은 과학기술과 사회혁신의 결합"이라고 리빙앱을 정의했다. SDGs(지속가능한개발목표)를 혁신정책의 목표로 설정하고 시민참여를 강조하는 등 혁신정책의 패러다임은 변화하고 있다. 이에 전문가와 시민, 공급자와 사용자가 혁신공동체와 플랫폼을 형성해 도전과제에 대응하는 개방형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의 한 축을 리빙랩이 담당하고 있다.
송 위원은 "기존의 시스템으로는 기후 위기와 인구구조의 변화나 도시화, 양극화를 해결할 수 없다."며, "기존의 탄소 중심의 집중화된 에너지 시스템에서 재생에너지 중심의 분권화된 에너지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병원, 치료 중심의 보건의료 시스템도 시민들이 주도되어 예방, 돌봄 중심의 보건의료 시스템의 전환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또한 자원을 폐기하는 식의 대량생산기반의 푸드 시스템도 지속가능한 방식인 자원을 순환하는 시스템으로 전환 고민이 필요한 시점임을 알렸다.
송 위원은 "사회문제 해결형 연구개발사업, 스마트 시티, 혁신지구, 리빙랩, 전환랩 등 다양한 파트에서 통합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이 혁신정책 3.0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때 정부의 역할은 민간(기업)과 시민들, 정부 부처 등의 연결을 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게 된다.
일본은 다가올 초고령화 사회를 대응하기 위해 통합적인 케어 시스템을 구축 및 운영하고 있다. 대전의 민들레의료사협은 이를 참고해 지역에 흩어져있던 사회경제조직을 통합, 사용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는 데 성공했다. 송 위원은 민들레의료사협을 예로 들며 "사회적인 도전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던 주체들과 그들의 혁신 활동이 통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이 제대로 수행된다면 지역사회 문제 해결은 물론, 지역사회가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혁신정책으로는 사회문제 해결형 R&D 사업과 혁신 지향적 공공 조달, 리빙랩이 있다. 송 위원은 "단순히 전문가 중심의 혁신이나 시민 중심의 혁신이 아니라 시민과 전문가가 함께 진행하는 혁신정책에 리빙랩이 포함된 사업이 상당히 많다"고 말하며 전술한 야간 작업자의 야광조끼 사례나 성대골의 미니태양광 리빙랩 사업 등을 간략하게 언급했다. 끝으로 송 연구위원은, 과학기술과 사회혁신을 위한 새로운 리빙랩 관련 자료를 소개하면서 "문제가 우리를 자석처럼 엮어낼 것이다"라며 필요(needs)가 리빙랩의 시작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 리빙랩 사례를 발표 중인 (주)엔유비즈 이보현 대표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멀리 광주에서 찾아온 (주)엔유비즈의 이보현 대표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함께 지역사회 현안을 창의적으로 해결한 사례를 소개했다. '용봉마을 공동체 만들기 사업'은 주민자치위원회와 ㈜엔유비즈의 컨소시엄이 함께 ▲치매 노인 위치 알림 서비스 ▲지역 이벤트 알림 서비스 등 정보기술을 활용한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나선 사업이다. 이 대표는 "IoT를 기반으로 비콘(Beacon)과 스마트폰 등 간단한 장치들로 치매 노인들을 위한 돌봄 서비스와 송정역 주변의 상점과 공연장, 휴식처 등을 방문하기 용이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였다"고 말했다.
이어서 ▲주민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순환 자립형 '회현마을공동체' 플랫폼을 구축한 김해 ▲다름을 존중하고 장애 공감 기여를 위해 주민들과 장애인, 여행객과 활동가들이 여행 플랫폼인 '남구 BF여행' 앱을 만든 광주 남구 등 지역주민들과 함께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을 구축한 사례를 소개했다.
이 대표는 "가치 중심의 경영이란 가치를 만들고 그 가치가 순환하는 가치사슬(value chain)을 만들고 그것을 통해 수익지대(profit zone)를 발견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것이라 본다. 엔유비즈는 단순히 이윤 창출만이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의 가치 창출을 이뤄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의 거리 상인회 변상훈 관리팀장은 원주 중앙 상권의 쇠락 원인을 꼽으면서 원주 도심 상권의 부흥, 재생을 위해 리빙랩의 역할을 언급하기도 했다.
▲ 세미나에 참석한 토론자와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세미나를 마치며 성 박사는 "원주의 사회적경제 당사자들이 각각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잘 활동하고 있다 하더라도 네트워크를 넘어 외부와 연계하며 계속 도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한 번에 되는 것은 없고 실패와 도전을 통해 리빙랩은 발전해 가고 성장하고 있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또한 송 위원은 "리빙랩이 사용자 중심으로, 혁신의 축도 있지만 지역의 주민, 민간, 공공기관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 상승의 효과가 있으니 원주의 힘을 기대해본다"고 마무리했다.
개인적으로는 사회적경제학과 전공수업 시간에 배운 '리빙랩'에 관한 추가적인 사례와 전문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리빙랩이 원주의 원도심 쇠락, 미세먼지 문제와 1인 가구 증가, 돌봄 문제 등 지역의 여러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 본 기사는 '사회적 경제와 리빙랩 - 지역사회 활력의 충전소' 세미나에 참여한 상지대학교 평생교육융합대학 사회적경제학과 20학번 황정환 학생의 후기입니다.
출처 : 라이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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