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인/0704] [IN원주] '프로젝트 집', 더불어 잘사는 상상과 특별한 공간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작성일20-07-06 15:03 조회2,346회 댓글0건요약글
요약글 :관련링크
본문
[IN원주] '프로젝트 집', 더불어 잘사는 상상과 특별한 공간들
▲ 이윤승 프로젝트 집 대표. ⓒ라이프인
'(주)프로젝트 집'은 원주 소재의 상지대학교 사회적기업 성장지원센터(소셜캠퍼스 온 강원)에 입주해 있다. 그리고 이윤승 프로젝트 집 대표는 강원도 출신이다. 이렇게 말하면 원주가 고향이라서 원주에 사무실을 두었나 싶을 수 있지만, 이 대표의 고향은 강릉이다. 이 대표는 부모님의 근무지가 바뀌면서 고향을 떠나 서울로 가게 됐고, 24살 때부터 10여 년간 아버지와 함께 부동산 중개업에 종사했다.
부동산 중개업을 그만둔 결정적인 계기는 사세를 확장하며 새롭게 얻은 사무실 건물에 큰 불이 난 일이었다. 하지만 사업을 정리한 근본적인 이유를 따지자면, 일에 대한 회의감 때문이었다. 그래서 수도권을 떠나 강원도로 돌아가기로 했고, 강릉과 가깝고 서울도 오가기 쉬운 지역을 찾다 보니 원주에 오게 됐다. 무위당 장일순 선생과 지학순 주교를 중심으로 1960년대부터 시작한 협동조합 운동, 그 협동과 연대의 경험이 쌓여 '협동조합의 메카'라고 불리는 원주에 말이다.
프로젝트 집은 지역에 필요한 공간을 실험하고 만드는 공간 비즈니스 컴퍼니이자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단순히 부동산 서비스만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다. 프로젝트 집은 문화 콘텐츠 등을 통해 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지역 문제 해결 방향을 찾아가는 한편, 지역 청년들이 창업할 때 시행착오를 덜 겪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좁게는 사회적기업 성장지원센터와 원주, 넓게는 강원도 지역에서 (예비)사회적기업, 청년들을 비롯한 다양한 파트너와 협업하며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할 새로운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 팔레트, 인간문고, 미로주방…프로젝트 집이 상상하는 공간들
▲ 팔레트 in 춘천 2호점. ⓒ프로젝트 집
프로젝트 집은 현재 '팔레트', '인간문고', '미로주방', 이렇게 세 가지 공간 비즈니스를 수행하고 있다. 그중 팔레트는 이 대표가 부동산 중개업을 했던 경력을 살려 가장 먼저 시작한 셰어하우스 사업으로, 현재 5개 지점(춘천 4개 점, 원주 1개 점)에서 집주인과 거주자, 관리회사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구조를 실험하고 있다. 집주인의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하면서도, 수익률을 높이고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거주자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은 만들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집주인의 입장에서는 일정기간 이상의 계약이 이루어지는 것이 좋지만, 팔레트의 주 이용객인 학생들 입장에서는 방학 기간에 굳이 셰어하우스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찾은 방안이 1년에 10개월 계약을 하고 2개월 치의 임대료는 우리가 부담하는 방식이다"고 설명했다. 프로젝트 집은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팔레트 전 지점의 관리비를 두 달간 지원하기도 했다.
이름부터 독특한 인간문고와 미로주방은 어떤 공간일까. 태백에 위치한 인간문고. '문고'라는 이름에서 책방을 떠올리기 쉽지만, '글월 문'(文)이 아닌 '물을 문'(問) 자를 쓰고 '곳 곳'(庫)이 아닌 '돌아볼 고'(顧) 자를 써서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곳'이라는 의미를 이름에 담은 공간이다. 이 대표가 "잠시 세상과 떨어져 있고 싶을 때 찾는 곳"이라고 설명한 인간문고는 어느 정도 그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탄생했다. "원주에 올 때 몸과 마음이 힘든 상태였다. 그래서 1년 정도 스스로를 추스르며 지냈다. 이렇게 나처럼 인생의 다음 단계를 설계하기 위한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문고에서는 하루 이틀 머무는 단기 투숙객이 아니라 일주일 이상 길게 이용할 사람들을 손님으로 받는다. 장기 투숙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면 과연 많은 사람들이 찾을까 싶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인간문고를 이용하고 있으며 작가들이 작업공간으로 찾기도 한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뿐만 아니라 인간문고에서는 콘텐츠 사업도 이루어진다. 이 대표는 "작가들과 함께 책을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이런 콘텐츠를 가지고 전시회, 북토크를 진행하거나 사회적경제 분야 종사자들 함께 문화행사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프로젝트 집의 네트워크나 자원을 통해 콘텐츠 생산과 콘텐츠를 통한 자립을 지원하는 것이다.
지난 1월 원주의 미로예술시장에 새롭게 문을 연 미로주방은 사람들이 모여 같이 밥을 해 먹으며 소모임을 할 수 있는 공유주방이자 청년 창업가들이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저렴한 임대료로 팝업스토어 등을 해볼 수 있도록 청년들에게 문을 열어 두고 있다. 지역에서 주최하는 소규모 행사나 다른 사회적경제기업과의 협동 행사도 미로주방에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년들과 지역의 영세한 기업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경험과 실험을 해봄으로써 시장에서 시행착오를 조금이나마 덜 겪을 수 있도록 미로주방이 시험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는 프로젝트 집이 추구하는 가치와도 맞닿아 있다. 이 대표는 프로젝트 집이 강조하는 가치를 '공생'이라고 이야기하며 "어떤 사업 모델을 만들 때 공생이라는 기반 위에 만들려고 노력한다. 지금 하는 사업들은 우리가 손해 볼 확률이 높은 사업들이다. 다만, 우리가 이익을 얻게 됐을 때 우리 주변도 함께 이익을 볼 수 있는 구조가 되길 바랐다"고 말했다.
■ 누군가는 해야 하는 지역 청년 창업가들의 '보호자 역할'
▲ 인간문고. ⓒ프로젝트 집
이런 사업들 전체를 아우르는 프로젝트 집의 미션은 바로 '지역에 맞는 공간 사업을 통해서 청년들이 살 만한 지역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물론 지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셰어하우스 사업만 보더라도 수도권처럼 인구가 많지 않은 강원도 지역에서는 지속이 어려울 수 있다. 그래도 프로젝트 집은 새롭고 다채로운 일을 끊임없이 상상하고 시도한다. 그 자체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프로젝트 집은 다양한 일을 시도하기 위해, 그리고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역의 문화재단, 대학교, 지역 내 사회적경제 분야 종사자, 사기업 등과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있다. 동시에 프로젝트 집은 지역에서 청년 창업가들의 "보호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미로주방과 같은 공간을 이용해 청년들에게 시장 경험과 부동산 및 금융에 대한 기초를 알려주며 시장에 나갈 준비를 돕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이 대표는 "스스로 돈을 모으고 관리할 수 있는 법을 사회가 알려줘야 한다"고 지적하며 "대학생 때 주식을 하면서 돈을 잃어도 봤고 벌어도 봤다. 그런데 모의투자에서 돈을 잃었을 때와 실제로 돈을 잃었을 때 받는 심리적인 타격은 비교할 수 없다. 그래서 실전 경험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재테크가 아니라 금융의 기본을 배워야 한다. 그래야 사업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청년들에게 사업에 있어서 '수비'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일단 오래 버텨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가게 입지조건 등 사업의 지속성을 높이는 환경에 대해 알려주고, 부동산을 계약할 때 조언해주기도 한다. 이런 역할이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이고 우리가 해줘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프로젝트 집이 이런 식으로 지역 청년들과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멘토링·컨설팅을 제공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쉽게 말해, 그래야 지역에서 청년들이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이 대표는 청년들이 지역에서 실패를 겁내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청년들이 자신을 스스로 보호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데 공공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야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가지 않는다. 그래야 새로운 지역에서 청년들이 온다. 그렇지 않은 지역은 죽어갈 수밖에 없다.
■ 공생(共生), 함께 잘살아봅시다
"삶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예전에는 돈이었다. 돈을 쫒는 삶을 살았다. 그러다가 회의를 느끼고, 사는 방법을 조금 바꾸었다. 돈은 덜 벌더라도 내가 보람을 느끼는 일을 자유롭게 할 수 있게 됐다.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길 바란다."
이 대표는 프로젝트 집이 진행하는 사업의 수익성에 대해 "별로 돈 안 되는 일"이라고 표현하면서도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고, 보람을 느낀다. 그러니 어떻게 하겠나"라고 말하며 웃었다.
현재 프로젝트 집의 비즈니스 모델은 큰 이익이 나기 쉽지 않은 구조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이 대표는 공공, 특히 지원사업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을 경계했다. 이 대표는 "최대한 지원 사업을 받지 말자고 정했다. 그래서 재정 지원은 받지 않았다"고 부연했다. 다만, 프로젝트 집에서 운영하는 공간이 늘어나면서 인력 지원은 신청한 상태. 또한 이 대표는 "부동산에 대한 토탈 서비스 사업 분야를 하나 만들자는 생각도 하고 있다"며 "사기업이나 규모 있는 지역 기업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프로젝트 집은 특별한 상상력을 발휘한 공간 서비스를 통해 지역의 가치를 높이고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도록 하며 지역사회의 다양한 구성원들과 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생'이라는 가치를 초석으로 삼고 지역을 구성원이 함께 잘살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다.
노윤정 기자
출처 : 라이프인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