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사람들/0720] 그림은 세상을 비추는 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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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작성일20-07-23 09:12 조회1,565회 댓글0건요약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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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세상을 비추는 창이다.
사회적협동조합‘예술공감’, 김정헌 특강'어쩌다 화가, 어쩔 수 없이 민중미술가'
“미술은 얌전하게 있어서는 안 된다. 사회현실과 삶에 대해 발언해야 한다.”
사회적협동조합 ‘예술공감’이 창립식을 대신해서 마련한 특강에서 김정헌 선생이 던진 묵직한 충고이다.
김정헌 선생은 1980년 대 ‘현실과 발언’ 창립동인으로 시작해 진보진영 미술계의 버팀목이 돼왔다.
김정헌 작가가 작품 〈어쩌다 당산나무〉를 설명하고 있다.
30년 동안 공주사범대 미술교육과 교수를 지냈으며 전국민족미술인연합 대표, 문화연대 상임 공동대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서울문화재단 이사장, 4·16재단 이사장 등 미술의 시대적 사명을 위해 헌신해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출근투쟁과 해임무효 소송을 벌여 승소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군부독재시절 미대에서는 배운 게 없었다. 그림 그리는 기술만 배웠지 미술에 대한 근본적인 배움은 없었다. 미술로 뭘 해야 하나? 미술이 시대를 위해 무슨 쓸모가 있나? 고민하던 차에 시대의 현실을 발언하자는 뜻으로 뭉친 동료들과 1980년 10월 미술동인 ‘현실과 발언’ 창립 전시회를 열고 민중미술을 세상에 알렸다.”
선생은 “어쩌다 화가가 돼 어쩔 수 없이 민중미술가의 길을 걸어왔다”고 소회했다.
미국 예일대미술관의 ‘망명 예술가들’ 전시회에서 본, 차도르를 쓴 한 무리의 여성들이 얕은 강을 건너는 뒷모습을 담은 사진이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저들은 어쩌다 위험에 내몰리게 됐을까? 어쩌다 보니 그 강을 건너는 걸까? 아니면 어쩔 수 없이 건너는 걸까? 그 우연과 필연사이를 오가는 의문이 오늘까지도 숙제로 남았다.”
그는 모든 그림들이 우연과 필연 사이의 변증법적 소산이라 말한다. 그러한 이유로 선생의 작품들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와 연결된 시대적 과제들을 담았다.
잡초, 백제의 산경문전(산수무늬 벽돌), 산동네, 도시, 농부, 농촌, 동학농민혁명, 근현대사 등 수 많은 주제들이 등장하고 전통적 회화부터 패러디, 콜라쥬, 걸개그림, 야외벽화, 설치 등 표현방법도 다양하다.
사회를 끌어안은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사유 없는 작품은 사회적 영매로서 미술가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일침 한다. 권력에 의해 검열되고 왜곡돼 창고에 갇혀버린 미술작품의 고약한 운명과 공공미술관에 걸리는 최고의 운명을 모두 지켜보며 긴 세월 붓을 쥐어 온 화가는 한 때 ‘엘보’에 이상이 생겨 잠시 붓을 놓기도 했다.
미술계 어른으로서 미술의 역사 등 인문학적 요소가 빠진 중·고교 미술교육에 대해 쓴 소리도 남겼다.
“그림은 세상을 비추는 창이다. 기왕 그리는 김에 많은 사람들의 속사정을 헤아려 그려 봐야 하지 않겠는가?” 강의를 마치며 선생이 남긴 말이다.
한편, 지난해 창립된 사회적협동조합 ‘예술공감’은 문화예술품 임대·판매, 전시·교육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조합원과 지역예술인들의 복리를 증진하고,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지원해서 지역 예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박종일 기자
출처 : 《춘천사람들》 - 시민과 동행하는 신문 (http://www.chuns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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