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육아 큰 나비 최현희씨 사진=김남순 시민기자
“교육은 철저히 교사가 하고 운영은 조합원들이 같이 하는 형태예요. 저희가 같이 하는 살림살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같이 만들어 가요. 소위원회를 나누어서 역할 분담을 하고 모임 구성원들끼리 같이 논의하거든요. 같은 크기의 목소리를 내면서 화합하며 운영이 돼요. 첫 애 4살 때 일반 어린이집에 대기를 걸어서 보냈는데 장벽을 많이 느꼈어요. 소통도 잘 안되고 중간에 교체된 선생님 이름도 잘 모르겠고 수동적으로 변해가서 어떤 대안이 없을까 고민하다 공동육아에 참여하게 됐어요.”
다른 가정 아이에게 나비를 그린 편지를 받았다는 말이 너무 예뻐서 별칭에 대해 더 들려달라고 했다.
“협동조합으로 만들어진 공동체이기에 나이, 직업 등을 물어보지 않아요. 그래서 별명으로 불려요. 동등한 관계라는 의미예요. 첫 애 출산 때 27살이었어요. 어린 편이어서 같은 엄마들 사이에서 어울리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었어요. 별명을 부르다보니 그런 장벽이 없어졌어요.”
많은 사람이 함께 하는데 문제없으세요?
“문제가 없으면 그게 문제죠~(하하하). 저희는 ‘확실하게 싸우고 멋지게 화해하자!’ 이렇게 해요. 문제를 풀어 나가며 서로 도닥여 주는 것 같아요. 문제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해결해 나가니까 행복함이 더 커요. 저희 아이가 낯가림이 너무 심했는데 함께 커 가는 모습이 너무 좋아요. 아이를 잘 키우려고 모이긴 했지만 ‘아마(아빠엄마 줄임말)’들의 삶을 공유하는 공동체로 성장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하나의 가족이 생기는 느낌이 들어요, 아이한테도 그렇고 저한테도 그렇고요.”
아이들과의 나들이.
공동육아하면서 행복한 것 말씀해주세요~.
“(웃음) 공동육아를 섬이라고 표현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너희끼리의 아일랜드.’ 아이 양육의 목적이 자기주도적 학습이 아니라 생활과 삶이기를 바라거든요. 제 애만 잘 자라는 게 다가 아니잖아요. 우리 아이의 친구들도 같이 잘 자라야 행복한 삶이 되겠죠. 아! 얼마 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터전(어린이집) 졸업식 때 군복입고 휴가 나온 군인이 있었어요. 1회 졸업생이 20살이거든요. 어린이집 동창회 가야해서 휴가 신청하니 놀라면서 웃었대요(웃음). 여기가 고향 같은 거죠.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혼자 보기 아까운데 여러 사람이 같이 봐주고 기억해 주니 행복해요.”
‘아이 하나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지금은 초등방과 후 문제를 해결해 보려고 협동조합 준비 중이에요. 첫 애가 초등학생이 됐거든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설립해서 공동육아를 연장해 보는 대안을 찾고 있어요. 우선은 퇴계동에 공간 임대를 했어요. 공교육을 받으면서 방과 후에 우리에게 맞는 공동육아 모델을 찾는 중이요. 공동육아 형태의 방과 후 과정이 아직 춘천에 없거든요. 좀 ‘유별나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놀이터 프로젝트 등 건강한 육아문화로 나도 행복해 질 수 있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 주세요.”
공동육아 부모들이 함께하는 나들이 모습(좌). 어린이집 간식시간에 생협에서 구입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고 있는 아이들(우). 사진 제공=최현희
내 아이만이 아니라 함께 잘 자라는 육아의 가치! 이것을 실천하고 있는 그녀가, 그녀의 공동체가 참 아름답다.
“공동육아라는 말 자체가 작게는 우리 조합원의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지만 생각을 넓히면 지역사회 아이들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예요. 이를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았으면 좋겠어요.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은 이게 정답은 아니잖아요. 이렇게 아이를 키울 수도 있는 거구나… 하나의 선택지로서 생각해주고 공감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한 아이에 대한 정답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답도 없는 거죠. 어린 아이 때부터 이맘때는 이것을 해야 하고, 저것을 해야 하고… 요즘 교육은 인적자원을 양성하는 트렌드인 것 같아요. 일할 수 있는 자원으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으로 키우고 싶어요. 함께 키우게 되면 어떤 어려움이 생겼을 때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을 다양하게 배워나갈 것 같아요. 문제해결 능력이 생기려면 어렸을 때부터 많이 부딪치고 경험해 봐야 하지 않을까요? 함께 키우니 아이에게 시행 착오하는 과정을 기다려주고 지켜봐주는 여유가 생기거든요.”
가정의 달을 맞아 건강하게 크고 있는 부모와 아이의 이야기를 만나고 싶었다. 내 아이만의 이야기가 아닌 함께 잘 자라고 있는 희망을 듣게 되어 감사했다. 마을의 작은 골목마다 다양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기를 희망한다는 그녀, 춘천의 엄마였다.
아이에 대한 걱정이 없는 나라, 신뢰의 에너지가 넘치는 나라, 온 마을이 그리고 대한민국이 함께 키우는 희망의 나라, 한 아이의 부모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아빠엄마인 나라, 건강한 육아로 행복한 부모가 많은 나라! 이런 곳에서 우리 아이들이 자라났으면 좋.겠.다.
백종례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