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사회적경제 'e'야기】 대관령황태이야기 영농조합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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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원매거진 작성일18-10-11 12:11 조회3,068회 댓글0건요약글
남한 최초의 황태덕장이 세워진 곳.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횡계의 황태덕장. 그곳에서 대관령 황태만의 특별한 이유를 알아보았습니다.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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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1. 황태덕장에서 생선은 구워먹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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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전통사회에서는 일상의 많은 곳에서 부정이나 더러운 것에 접하지 않고예로부터 전통사회에서는 부정이나 더러운 것에 접하지 않고, 그럼으로써 나쁜 결과가 초래되지 않도록 행동을 제약하는 다양한 금기(禁忌, taboo)들이 일상의 많은 곳에서 존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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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이후 이러한 금기는 속신이나 미신적 관념으로 치부되곤 하지만, 지금도 손 없는 날을 선택해서 이사를 한다던가, 결혼식처럼 길일을 앞두고 상가(喪家)에 가지 않는 등, 현시대 우리의 일상 속에도 다양한 금기들이 알게 모르게 배어 있으다. 그렇다면 황태덕장에도 그러한 금기가 남아있고 존재하고 있을까? 대관령황태이야기영농조합법인(이하 대관령황태이야기) 최영길 대표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지금은 미신 같은 건데, 덕장에는 오직어를 궈 먹는다든지, 명태를 궈 먹는다든지, 여튼 (황태를) 팔기 전에 뭐든 궈 먹지 말라는 게 있어요. 그게 왜그러냐면 뭐든 생선을 구면 쪼그라들잖아요. (그러면) 살림 준다고. 그래서 못 구어 먹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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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에서 이러한 금기는 언뜻 비합리적이고 그릇된 관념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자연 앞에서 존재론적 한계를 지니는 인간에게 초자연적인 힘에 의지를 하거나 이러한 금기를 통해 부정한 것을 막고자 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합리성을 지닌다. 그것과 별개로 이러한 금기 하나쯤은 덕장에서 석 달 동안 매달려 노랗고 맛있게 익어가는 황태에 대한 최소한의 예(禮)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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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황태 덕장의 발상지, 대관령 횡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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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장은 ‘물고기 따위를 말리려고 덕을 매어 놓은 곳’을 말한다. 그래서 황태를 말리면 황태덕장, 오징어를 말리면 오징어덕장, 과메기를 말리면 과메기덕장, 굴비를 말리면 굴비덕장으로 불린다. 현재 남한에서 황태덕장으로 가장 유명한 곳은 설악산 자락에 위치한 인제군 용대리이다. 그러나 남한의 황태덕장이 시작된 곳은 대관령황태이야기가 위치한 평창군 횡계리이다.
전언에 따르면 6.25가 끝난 후 원조 황태덕장으로 유명한 함경도지역 피난민들이 내려와 기후조건이 그곳과 비슷한 평창군 횡계리 지르매마을에 덕장을 세워 황태를 생산한 게 시초라 한다. 마찬가지로 인제군 용대리의 경우도 1967년 경 속초에 정착한 함경도 출신들이 함경도 덕장의 기후와 유사한 진부령과 용대리에 황태덕장을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대관령황태마을은 최영길 대표를 포함한 9명의 조합원 중 5명이 자체 황태덕장을 운영하고 있다. 최 대표의 경우 자신이 운영하는 덕장에서만 1년에 30만 마리의 황태를 생산하고 있는데, 그 정도는 그리 큰 규모가 아니라고 한다. 최 대표도 규모나 상징면에서 인제군 용대리가 현재 우리나라 황태덕장을 대표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최 대표를 포함한 대관령황태이야기 조합원들은 남한의 황태덕장 발상지인 횡계에서 대대로 덕장을 세우고 대관령황태를 지켜나가는 데 큰 자부심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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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명태, 명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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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의 왕처럼 미이라가 됐을 때 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 밤늦게 시를 쓰다가 쐬주를 마실 때 ‘캬~.’ 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 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 짜악 짝 찢어지어 내 몸은 없어질지라도 내 이름만은 남아 있으리라. ‘명태, 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바리톤 오현명이 해군정훈음악대 시절 처음 불렀고 이후 대중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가곡, ‘명태’의 가사 한 구절이다. 명태는 지역, 잡는 방법, 가공 과정 등에 따라 어느 어종보다도 많은 이름과 다양한 명칭을 가지고 있다. 이는 가수 강산에가 부른 ‘명태’의 가사에도 잘 나타난다. “내장은 창란젓, 알은 명란젓, 아가미로 만든 아가미젓, 눈알은 구워서 술안주 하고, 괴긴 국을 끓어먹고” 가사 내용처럼 어느 하나 버릴 것 없는 것이 명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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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명태의 상태에 따라 생태, 동태, 건태(북어), 황태, 코다리, 심태, 꺽태, 흑태, 설태, 풍태, 깡태, 맛태, 노가리(애기태)로 나뉘고, 잡는 방법에 따라 그물태(망태), 낚시태(조태), 잡히는 지방과 지역에 따라 북방 바다에서 잡히는 북어(北魚), 강원도 연안의 강태, 함경도 연안의 왜태로 나뉘며, 크게는 우리나라 연안에서 잡히는 지방태와 러시아 인근에서 잡히는 원양태로 구분한다.
그 중 평균 기온 영하 10도 미만이 지속되고 바람이 잘 부는 곳을 택해 덕장을 만들고, 그곳에 명태를 걸어 석 달 가까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다보면, 생선의 비린 맛은 사라지고 특유의 노란 속살과 함께 육질이 부드럽고 좋은 풍미(風味)를 지닌 황태로 거듭나게 된다.
“명태를 덕장에 걸고 보름쯤 지나면 물기가 쫙 빠지는 데 그 때를 흑태라고 불러요. 흑태 시기만 지나면 비린내가 안나요. 그리고 15일에서 30일 정도 되면 바람 불고 바람 맞아서 풍태, 그런 다음에 한 달이 되면 눈을 맞고 숙성이 된다고 해서 설태, 그리고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꾸득꾸득한 상태를 맛태라고 하는데, 이때가 쫄깃하면서도 가장 맛이 배어 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석 달 정도 건조되어 수분이 모두 빠진 걸 황태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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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대관령황태이야기의 황태가 특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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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황태이야기에서 생산되는 황태의 특별함에는 별다른 게 없다. 황태가 만들어지는 최적의 조건인 깨끗한 대관령에, 바다에서 해발 700m의 뭍으로 올라온 명태가 덕장에 걸려 석 달간 눈과 바람을 맞으면서 서서히 황태로 변신하는, 말 그대로 자연과 시간이 주는 선물이 대관령황태이야기의 황태가 지닌 특별함이다.
그러나 최근 시판하는 황태 중에는 공장에서 하루 만에 기계로 건조한 제품을 포장만 바꿔 마치 대관령이나 인제에서 자연건조한 것처럼 속여 판매하는 경우를 종종 접할 수 있다. 특히 황태를 찢어 판매하는 황태채의 경우 중국이나 러시아에서 제조한 값싼 수입산 황태를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버젓이 판매하다는 경우도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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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장에서 소비자까지 황태가 전달되는 유통과정의 복잡함과 연안에서 잡히는 명태(지방태)의 어획량이 점차 줄면서 그러한 현상들이 발생한다는 게 최 대표의 설명이다.
“지방태 안 잡힌지 이제 한 15년에서 20년. 그리고 우리나라 물량이 자꾸자꾸 줄어서, 명태가 가끔 잡혔다고 해도 덕장에 거는 건 어림이 없는 일이죠. 안 잡힌지 20년 넘었죠. 그런데 (명태를) 기계에다 말린 게 있거든요. 일반인들은 그거(먹태)하고 이거(황태)하고 구분을 잘 못해요. 우리는 척 보면 알죠.”
앞에서도 언급하였지만 대관령황태이야기는 최 대표를 포함한 생산자 다섯 명이 직접 덕장을 운영하며 자연건조한 황태만을 생산한다. 또한 황태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가공 공장도 대관령황태이야기 조합원들이 직접 운영함으로써 복잡한 유통과정을 단순화 시키고 생산과정을 투명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시장의 흐름과 소비자 취향 맞게 황태를 이용한 다양한 상품들을 직접 가공, 제조, 판매함으로써 여느 황태 제조업체와는 다른 대관령황태이야기만의 브랜드 가치와 상품경쟁력을 높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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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대관령황태이야기의 꿈과 미션, ‘우리 마을과 함께 잘 살아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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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황태이야기는 매년 도시와 외지 사람들을 위한 덕장 분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덕장을 세우고 황태가 만들어지는 기간 동안에는 언제든 분양받은 자신의 덕장을 구경하고, 명태가 황태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프로젝트이다. 이러한 프로젝트는 마을기업으로서 경제적 가치 실현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이를 통해 지역을 알리고, 지역 경제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사회적 가치 실현의 실천이기도 하다.
“저희가 마을기업을 하면서 하고 싶은 것 중 하나가 우리 지역의 고용 창출에 기여를 하는 거예요. 저희들 덕장에 있는 맛태 이런 것들이 많이 나가면 가공하는 사람을 채용해야 되고, 상품을 많이 팔아 매출이 생기면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고용해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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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황태이야기의 가장 큰 목표는 ‘우리 마을과 함께 잘 살아보자’이다. 당장의 경제적 이익보다 조금은 추상적이지만 황태를 매개로 대관령을 알리고, 횡계 덕장을 알리고, 평창을 알리고 이렇게 하나씩 알려가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는 게 마을기업으로서 대관령황태이야기가 품은 사회적 미션이다.
“저는 항상 개인적으로도 예전에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꿈 넘어 꿈이라고, 내가 정말 잘되면 주위에 뭔가를 해줄 수 있는 기반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을 했었어요. 근데 지금은 ‘아 지금 있는 그대로 해서 있는 그 만큼만 이렇게 해도 보람이 있구나.’ 마을 기업을 하면서 그런 사회성이 생긴 것 같아요.”
대관령황태이야기 김술래 사무장은 마을기업을 신청하면서 받았던 교육과 중간지원조직과 함께 진행했던 사업들이 마을기업으로서 대관령황태이야기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형성하는 데 초석이 되었다고 한다. 당장의 이익보다는 천천히 하지만 하나씩 기업의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실현하는 것이 사회적경제기업으로서 대관령황태이야기의 목표이자 앞으로 함께 풀어가야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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