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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작성일22-09-06 16:54 조회61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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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한가게, 살만한 마을!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재사용 나눔가게, 마을 정주(定住) 위한 첫 일자리 프로젝트
플리마켓·문화공연 어우러진 나눔문화장터, 11월까지 쭈-욱
▲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살만한가게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새끼줄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물건 중 하나입니다, 인간이 만든 것으로 가장 오래된 새끼줄은 제작 연대를 무려 기원전 1만 7,000년쯤으로 추정하고 있기도 하죠. 섬유를 꼬아서 만든 새끼줄은 유연한데다가 강한 장력을 갖고 있어 닻 역할을 하는 물건에 다른 물건을 매달거나 연결하는 용도로 쓰입니다. 무엇과 무엇을 연결하기에 새끼줄만한 것이 없으니 현대에도 그 쓰임이 살아있는 것이지요.
새끼줄의 쓰임은 홍천 영귀미면을 무대로 활동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이하 새끼줄)'에도 고스란히 살아있습니다. 속초초등학교(영귀미면 소재) 내 도서관 봉사를 하던 학부모 3명으로 출발한 마을교육공동체는 '마을 삼촌'이라 불리는 남성들의 참여를 늘리면서 마을 주민 30여 명이 함께하는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성장하면 돌봄뿐 아니라 여러 영영으로 제 역량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그 이름 그대로 사람과 사람을 줄줄이 엮어내며 마을에 유쾌한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것이죠.
엮는 것 하나는 기가 막힌 새끼줄이 이번에는 재사용 기증품 나눔 장터와 플리마켓, 작품 전시 및 문화공연이 어유러지는 나눔문화장터를 마련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달음에 달려가 봤습니다. 홍천 시내에서 작은 언덕 위 터널 하나를 지나 만나는 동화 같은 마을, 영귀미면의 작은 마을 축제를 소개합니다.
■ 재사용 나눔가게 '살만한가게' 스케치
새끼줄이 개최하는 ‘살만한가게’는 지난해 첫선을 보인 후 올해 3월부터 다시 문을 연 정기 장터입니다. 꽃피는 봄에 개화해 눈꽃이 피기 전인 11월까지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영귀미면 행정복지센터 앞마당에서 열릴 예정이죠.
장터에 들어서면 구획은 3곳으로 나뉩니다. 제1구역은 지역주민과 홍천군청, 지역학교 등의 기관에서 기증한 의류, 잡화, 소형가전, 신발, 가방 등이 즐비한 재사용 물품들을 판매하는 매대입니다. 특히 전체 품목의 60% 이상이 의류에 해당하는 만큼 의류 코너는 작은 옷 가게를 방불케 합니다. 나름 탈의실과 전신 거울까지 갖춘 모양새가 예사롭지 않죠.
▲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살만한가게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제2구역은 ‘플리마켓존’으로 불립니다. 지역 주민 누구나 셀러로 참여해 원하는 품목을 판매할 수 있습니다. 재활용 가게·새활용 공방 ‘너브내 초록가게’와 커피, 빵을 아이템으로 하는 셀러까지 3곳은 거의 고정으로 참여하고 있고, 나머지 터는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운영됩니다. 8월에는 양말 가게와 신림동 순대볶음을 선보이는 작은 포차가 등판해 있었습니다. 자릿세 없이 자유로운 품목을 판매하도록 활짝 문을 열어두었기 때문이죠.
▲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살만한가게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제3구역은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아마추어 그림 동아리의 작품이 전시되거나 마을 밴드 공연이 이뤄지는 등 매월 색을 달리하는 곳이죠. 8월 끝자락의 햇살 아래에서는 살만한가게 장터를 매력적인 음색으로 가득 채우는 색소폰 연주가 펼쳐졌습니다. 빼어난 솜씨의 연주자는 마을의 숨은 음악가로 자신의 재능을 장터에 꾸준히 기부하고 있는 분이라고 하죠. 한 곡이 끝날 때마다 장터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오는 맛깔스러운 연주 덕분에 장터 구경이 더 흥겨워집니다.
살만한가게는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면 정말로 살만한 것들이 눈에 꽤 들어옵니다. 그저 한 바퀴 휘 돌아볼 요량이었는데, 어느새 손에 이것저것 들려있을 만큼이요. ‘집에 있으면 골칫덩이지만 나누면 보물이 된다’는 살만한가게의 캐치프레이즈가 틀린 말이 아니었습니다.
■ 유쾌한 일자리 창출로 ‘살만한마을’
재사용 물품을 기증받아 매월 장터를 연다는 건 언뜻 생각해도 참 손이 많이 갈 일입니다. 기증품을 수거하고 말끔히 정돈해 품목별로 나누고, 셀러들의 참여나 전시·공연 등도 계속 신경 써야 할 테니까요. 이 모든 일을 총대 멘 대장은 ‘총수’, ‘점장’, ‘사장’ 등으로 불리는 정형진 씨입니다. 새끼줄 일자리분과 분과장도 맡고 있는 정형진 씨는 살만한가게라 이름 지은 장본인이기도 합니다. 살만한가게는 말 그대로 ‘살만한 물건이 많은 가게’라는 뜻도 있지만, ‘살만한 마을을 만드는 가게’라는 뜻도 있습니다.
▲ 사회적협동조합 새끼줄, 살만한가게 Ⓒ강원도사회적경제이야기
아이들 교육을 고민하던 새끼줄 구성원들은 아이들뿐 아니라 엄마, 아빠, 나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영귀미면에서 오랫동안 살 수 있는 조건이 형성돼야 한다는 문제에 종착했습니다. 때문에 정주 요건에서 가장 우선되는 ‘일자리’가 중요한 미션이 되었습니다. 일자리분과장이자 10년 이상 아름다운가게에서 일한 정형진 총수의 경험을 살려 탄생한 새끼줄의 첫 일자리 프로젝트가 바로 살만한가게입니다. 일자리분과에서 시작됐지만 현재는 살만한가게팀으로 분리되어 협동조합을 조직할 예정이고, 2023년에는 매장을 개설해 어엿한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해 내겠다는 원대한 포부도 키워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살만한가게는 스스로 살고자 하는 마을을 만들기 위한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인 셈입니다. 없던 일자리도 만들어서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고픈 마음들이 어쩜 이렇게 다정한 모양의 새끼줄로 엮여 있을까요. 어쩌면 새끼줄의 유쾌한 작당 모의들이 이미 영귀미면을 충분히 살만한 마을로 만들고 있다는 방증은 아닐까요? 앞으로 1년, 또 그 앞으로의 1년, 살만한가게가 그려가는 내일의 마을 일자리 창출 모델이 어떤 그림을 그려나갈지 몹시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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