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익칼럼(22)] 춘천사람들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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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선재 작성일19-12-10 17:31 조회1,97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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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익(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나는 정신질환자 문제에 대한 지식이나 전문성이 매우 부족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최근 캐나다 방문 경험을 토대로 정신질환자를 위한 사회적기업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최근 정신질환자 문제의 심각성이 언론에서 보도되고 있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의 중증정신질환자는 42만 명으로 추산되지만,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정신재활시설 등에 등록된 환자는 9만 2000명에 그치고 있다.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신장애인들은 심각한 고용불안과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신병원 입원을 중심으로 하는 제도 때문에 지역사회에서도 철저히 소외되고 있고, ‘정신병원 입원이 치료에 도움 된다’고 응답한 사람은 열 명 중 한 명에 불과했다. 지난 8월 <춘천사람들>에 실린 정신재활시설 우리내꿈터의 전미영 원장의 주장에 따르면, 춘천에 2천800여 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인구 대비 1%), 춘천 내에 사회적응력을 키우는 정신재활시설은 ‘우리내꿈터’와 ‘평화의집’ 두 곳으로 이용 정원은 37명에 불과하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탈병원화와 지역사회 건강지원서비스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고 있지만, 아직 정부의 정책이나 지역사회의 준비 모두 부족한 실정이다.
나는 사회적기업 연구의 일환으로 캐나다 노바스코샤를 방문했는데, 이 지역에서 우수사례로 소개하고 있는 상당수의 사회적기업 사례가 정신질환자를 위한 사회적기업이었다. 가구공장과 컴퓨터재활용 작업장을 운영하는 Lake City Works, 제과제빵공장을 운영하는 Heart Stones(핼리팩스), 가구공장, 카페, 음식점을 운영하는 CALS(안티고니쉬) 등이 내가 방문한 대표적인 사회적기업 사례이다. 정신질환자를 위한 사회적기업이 많다는 사실은 캐나다의 정신질환자 문제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무상의료와 복지제도로도 이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가 충분하게 해결하지 못하는 정신질환자의 재활 및 사회복귀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시민사회가 나서고 있고, 그 방법으로 사회적기업을 선택하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한 병원 치료와 그룹홈 방식의 주거생활지원을 하고 있지만, 그룹홈에 있는 정신질환자를 낮에 제대로 돌보기 쉽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정신질환협회나 시민단체들이 정신질환자들이 목공, 제빵 등의 단순한 취미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이후 ‘취미활동’은 일자리 및 소득과 연결되는 ‘경제활동’으로 확장되었다. 이 단체들은 재활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조직 형태에서 적극적인 비즈니스를 하는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한 것이다.
내가 방문한 캐나다 사회적기업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정신질환자들은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고 이중 전일제 일자리로 전환하는 경우는 통상 10% 이내이다. 사회적기업가들은 이 정신질환자들을 ‘직원’이기 보다는 ‘고객’으로, 그리고 이들이 하는 일을 돈벌이기 보다는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다. 일자리 수와 고용보험 가입여부에 집착하는 우리의 현실에서 이런 사회적기업의 활동이 별거 아니게 보일지 모르지만, 캐나다의 사회적기업가들은 정신질환자들을 낮에 잘 돌볼 수 있고, 일을 통해 정신질환 증세의 악화를 최소화하거나 개선하는 효과가 있고, 동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서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이 사회적기업가들의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얼마나 헌신적인 노력을 했을지 알 것 같았다.
캐나다와 한국의 상황은 많이 다르겠지만, 정신질환자 문제가 심각해지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정신질환자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안으로서 사회적기업을 고민하고 착실하게 준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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