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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사람들/0421] ★별빛마을 별빛아이들] 내가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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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 작성일21-04-22 13:37 조회1,26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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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마을 별빛아이들] 내가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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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경 (춘천별빛사회적협동조합 생활교사)

플로깅(plogging), 조깅을 하면서 길가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신조어이다. 개인적으로 플로깅은 일상에서 환경 감수성을 키워 줄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마을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들이 얼마나 많은지, 버려지는 쓰레기의 종류도 알 수 있고 이 쓰레기가 올바르게 버려지기 위해서 어떤 방법을 써야 하는지를 고민할 수 있는 첫걸음이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별빛 안에서 마을 산책을 하거나 센터 내부에서 쓰레기를 줍는 운동을 같이했으면 싶었다. 하지만 시간과 나의 설득 능력이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던 터라 간만 보고 있었다.

흐리고 으슬으슬하게 추운 날 한 아이가 계속 바깥으로 가고 싶다고 어필했다. 밖은 너무 춥고, 곧 보슬비도 내릴 것 같아서 거절하고 있는데 동료 선생님이 아이에게 추천을 했다. “그럼 오리온(내 별칭)이랑 바깥에서 쓰레기 주우면서 산책하든가.” 당연히 “아, 있을게요.” 하고 말할 줄 알았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네”였다. 놀라움과 함께 내가 더 신났었다.

하지만 나가니까 아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은 불만이었다. 비가 내리고 난 직후라 땅도 축축해서 더 그럴 수밖에. 같이 기분이 나빠지기 전에 나는 방금 우리를 가로질러 날아가는 새 이름도 알려주기도 하고 방금 주운 쓰레기 중 종류가 이게 많지 않냐, 우리가 줍지 않은 담배꽁초가 빗물을 타고 바다에 흘러가서 미세플라스틱이 되는 과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사춘기 직전 아이라 그런지 “진짜요?”와 같은 호응보다는 타박이나 “아~ 담배꽁초 나오는 게 다 오리온 때문이잖아요!” 하고 이상한 대답을 한다. 하지만 내 말 한 단어에 꼬투리 잡는 저 말이 듣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래서 나도 같이 유치하게 반박해 가며 쓰레기와 환경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꿋꿋하게 이어 나갔다. 투덜투덜하면서도 다 듣고 있는 아이와 계속 설명하던 나, 우리의 대화는 아이가 발견한 철판으로 끝이 나 버렸다. 

누군가가 강둑에 불법으로 음식을 먹었는지 아이 상반신만큼 큰 철판이었다. 나는 사실 아이가 철판을 무시하고 갈 줄 알았는데 “이건 어떻게 버려요? 쓰레기 봉지에 들어가지도 않는데”라고 물어보았다. “들고 센터에서 따로 버려야겠는데, 봉지에 들어가지도 않잖아”라고 말하니까 “에휴” 하고 한숨을 쉬더니 들고 간다.

쓰레기를 주우면서 내가 말한 지식들이 아이들의 마음에는 하나의 작은 기준이 된 것 같았다. 우리의 일상에서 버려지는 쓰레기의 문제, 이 버려진 쓰레기들이 아이가 좋아하는 외출과 동물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계속 말해 주면 아이들은 듣지 않는 척해도 결국 행동에서 나타나게 된다. 

대규모로 무언가를 하지는 못하더라도 나는 한 명씩 한 명씩 아이들이 살아가는 지구의 모습을 알려주고 싶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행동들과 함께 왜 변해야 하는지를 일상 속에서 알려주고 스며들게 하고 싶다. 그게 나의 역할이기도 하니까.

출처 : 《춘천사람들》 - 시민과 동행하는 신문 (http://www.chuns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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