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익칼럼(21)] 춘천사람들 2019년 8~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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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안선재 작성일19-12-10 17:25 조회2,19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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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익(강원도사회적경제지원센터장)
춘천시는 ‘협동조합 도시’를 비전으로 내세웠고, 협동조합에 대한 춘친 시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나는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협동조합은 춘천 시민의 일상생활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 나는 ‘탁구인 협동조합’이라는 가상적인 사례를 상상하면서 이 질문에 대해 답해 보고자 한다.
시민으로서 한 사람으로서, 탁구 생활체육인으로서, 나는 탁구인 협동조합을 꿈꾼다. 나는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탁구인 클럽(동호회)에 가입하여 탁구를 일상적으로 즐기고 탁구인들과 소통하고 생활체육인 탁구대회도 나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는 탁구인과 시민의 더 나은 삶을 위해 ‘탁구인 클럽’을 넘어서서 ‘탁구인 협동조합’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현재 여력이 없어 협동조합 설립에 나서지 못하고 꿈만 꾸고 있다). 내가 꿈꾸는 협동조합은 공동의 필요와 염원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든 ‘자발적 결사체’인 동시에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이고 ‘법인’이다. 탁구인 협동조합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오늘은 클럽과 협동조합의 차이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춘천에 약 20여개의 탁구인 클럽이 있고, 시탁구협회에 등록된 탁구인이 500명이 넘는다. 탁구인들이 클럽을 만들거나 클럽에 가입한 이유는, 클럽에 대한 소속감을 가지고 더 깊은 친목과 화합을 다지고, 탁구와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고, 고수의 가르침과 시합 기회 등을 통해 탁구 실력을 향상하고, 단합된 힘으로 탁구대회에 참여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클럽에는 정관이 있고, 회장과 간부를 선출하고, 회원들은 회비를 납부하고 클럽 행사에 참여해야 한다. 회원의 의무를 다하고 여기에 사교성과 탁구 실력까지 겸비하면 클럽에서 인기가 있는 사람이 되지만, 의무를 잘 이행하지 않거나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회원은 클럽에서 주변화 되거나 이탈하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탁구인 클럽은 공동의 필요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든 자발적 결사체이다.
탁구인 클럽은 자발적 결사체이지만 협동조합이 아니다. 왜냐하면 탁구인 클럽은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업체는 시장에서 영업활동을 통해 돈을 벌거나 구성원 공제사업이나 공동구매 사업을 통해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조달하는 경제조직이다. 나는 회원 간 화합, 실력향상, 대회 공동참가와 같은 수준의 공동의 필요라면 클럽이라는 조직형태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구태여 힘들게 협동조합을 만들 필요가 없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탁구를 하면서 나와 내 주변사람들의 생계기반(일자리)을 만들거나 탁구인과 시민의 삶의 질 향상에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싶다면, 탁구인 클럽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경우 한 가지 선택은 과감하게 자신의 돈을 투자하여 개인 사업자 형태로 탁구장을 차려서 운영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의 선택은 여러 사람이 함께 공동으로 출자하여 만들어 가는 탁구인 협동조합이다. 탁구인 협동조합을 만들려고 한다면, 개인의 필요 이상의 ‘공동의 필요와 염원’이 있어야 하고, 친목을 넘어선 ‘목마름’이 있어야 하고, 회비 납부 이상의 ‘출자’를 해야 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야 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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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나는 탁구인간의 친목과 단합과 같은 기본적인 필요를 넘어서서 ‘더 많은 공동의 필요’가 있고, 이를 수행할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면 이 순간부터 협동조합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 했다. 나아가 나는 협동조합은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로서 시장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머리 아픈 조직이라고 이야기 했다. 머리 아픈 협동조합을 만들어야 하는 ‘더 많은 공동의 필요’란 무엇일까? 두 가지 가상 사례를 들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사례는 탁구인들이 협동조합 방식으로 탁구장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사례이다. 기존의 개인사업자 형식의 탁구장 운영 방식이 마음에 안 들어 클럽 구성원들이 뜻을 모아 공동으로 탁구장을 운영하고자 한다면, 협동조합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탁구장을 인수하려면 조합원들은 함께 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모으고 탁구장 운영방식에 대해 합의를 해야 하고, 보증금과 기본 시설비를 마련할 수 있는 출자금을 만들어야 하고, 매달 임대료와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이전의 클럽 회원들은 회비로 월 1만원 내고, 탁구장 주인에게 5~6만원 정도의 구장비를 내고 클럽 행사에 참여하는 수준이었다면, 탁구장을 공동으로 운영하는 협동조합의 조합원은 조합원 총회나 이사회에 참석해야 하고, 50만 원 이상의 출자금을 내야 하고, (코치 레슨 강사비를 제외하더라도) 최소 월 2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 사례는 탁구선수 출신 청년들이 자신의 탁구역량과 경력을 살려 사회적협동조합(또는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사례이다. 사실 많은 엘리트 탁구선수들이 장우진 선수와 같은 국가대표를 꿈꾸면서 초등학교 시설부터 10년 이상 고된 훈련과 많은 비용을 들이지만, 이 중 전업 탁구선수나 체육교사로 가기 경우는 10%도 되지 않는다. 엘리트 선수출신 청년들 10명 중 9명은 탁구장에서 불안정한 탁구코치를 하거나 탁구를 포기하고 다른 직장을 찾는다. 다른 직장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이 선수들이 탁구역량과 경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지역사회의 낭비이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탁구인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영국과 같은 해외의 사례를 보면, 스포츠 선수 출신이 자신의 길을 포기하지 않고 운동역량과 경험을 살려 청년 일자리를 만들고, 장애인이나 노인의 건강증진과 치료,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운동기회 제공, 탈학교 청소년들의 사회복귀 등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지역의 공공스포츠 시설이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스포츠 협동조합이나 사회적기업을 창업을 하는 사례가 많다. 우리 사회의 경우 탁구를 기반으로 사업체를 운영한다면, 탁구장을 차리거나 탁구장에서 불안정한 탁구코치를 하거나 탁구용품점을 운영하는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사업은 이미 여러 분들이 하고 계시고, 이미 시장성이 없고, 시장충돌 문제가 있다.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탁구와 장애인 재활, 노인 치매예방 및 치료, 공공프로젝트와 연계하여 취약계층에게 탁구를 배울 수 있는 기회 제공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월 1,0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여건에서 탁구선수 출신 청년들이 탁구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탁구 사회적협동조합을 창업하는 일은 쉽지 않다. 춘천시는 스포츠 선수출신 청년들이 탁구로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상상력을 발휘하고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춘천시 탁구협회도 이 부분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부족하다.
춘천시가 협동조합 도시를 꿈꾼다면, 시민들의 일상과 필요로부터 출발해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스포츠 사회적협동조합 활성화이다. ‘스포츠 사회적협동조합 창업 학교’부터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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